• 정상임 사연
  • 눈빛으로 말하는 작은 천사 정상임양
  • 뇌병변·척추측만증으로 14년째 투병중

    정상임(여·15·인천 부평구 일신동)양은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누워서 생활한다. 벌써 14년째다.

    돌이 지나 뇌병변에 의한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정양은 이렇게 오랜 기간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어느새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다섯 살 때 진단받은 척추측만증 때문에 정양의 몸은 아주 심하게 휘어져 있다. 그간 투병의 오랜 시간과 고통을 말해주듯 허리와 등은 이미 100도 이상 비틀어진 상태다.

    부모는 정양이 출생 당시 큰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임이 작은 것을 빼고는 3.7㎏의 몸무게가 말해주듯 그저 평범하고 건강한 아기인 줄만 알았다.

    백일이 지나도록 잘 보채지 않고 순한 성격이던 아이가 15, 16개월 무렵부터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하는 일이 잦아 병원을 찾았다가 지독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원인도 알 수 없이 찾아든 이 끔찍한 병 때문에 첫 아이의 탄생으로 기뻐하던 부모들은 짙은 멍울을 가슴에 담아야 했다.

    정양에게는 두명의 동생이 있다. 세 살과 아홉 살 터울의 여동생들이다.

    항상 누워지내는 언니를 위해 두 동생들은 어머니의 팔다리가 돼주곤 했다. 그렇게 몇 년 전까지만해도 정양의 가족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행복의 끈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IMF때도 근근히 버텨온 남편의 의류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났고, 여기에 잘못 선 빚보증 때문에 생긴 1억여원의 부채는 정양의 가정에 큰 산처럼 다가왔다.

    어머니 차경(41)씨는 결국 지난해 겨울 남편과 헤어졌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남편의 가출이 결국 차씨와 정양 자매를 모녀가정으로 내몰고 말았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셋이나 되는 딸들을 키우기란 정말 벅찼다.

    차씨는 아픈 자식의 치료비와 나머지 어린 두 자녀의 양육 때문이라도 일자리를 구해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정양은 언어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눈빛으로 말한다. 그 눈빛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어머니뿐이다.

    말도 못하고 혼자서는 스스로 앉지도 못하는 정양이지만 때로는 슬픔, 분노, 배고픔, 기쁨, 만족 등 저마다 다른 눈빛과 짧은 외마디 소리로 어머니에게 자주 건네곤 한다.

    아무 의미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정양의 작은 외침이 때론 너무나 행복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론 외로움을 호소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차씨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대화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누고,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양은 현재 특수학교 중등부에 다니고 있다.

    불편한 몸이지만 학교에 갈 때면 오히려 어머니의 손을 이끈다는 정양은 음악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휠체어 없이는 가까운 거리도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20㎏이 채 되지 않는 작고 여린 정양은 어머니 등에 엎혀 매일같이 등·하교길에 나선다.

    차씨는 요새 큰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점점 뒤틀리는 몸 때문에 등·하교길이 더욱 힘들어진 것은 제외하더라도 정양의 휘어진 척추가 뱃속 장기를 압박해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측 설명에 깊은 시름에 빠졌다.

    20만원짜리 월세도 갚기 힘든 상황에서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눈앞만 캄캄해진다. 국민기초수급권자로 나라에서 받는 월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는 아이들의 뒷바라지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차씨는 "내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상임이와 약속했어요. 그리고 지금 제 심정은 엄마로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그저 매일 아침마다 딸의 얼굴을 보면서 '밤새 잘 잤니'하며 인사를 건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에요"라고 했다.

    차씨는 또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상임이가 제일 좋아하는 텔레토비 인형을 선물로 사주고 싶어요. 또 힘든 수술을 하기까지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상임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자주 해주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한국아이닷컴 이병욱 기자 wookle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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