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은,최보은 사연
  • "18년간 말한마디 못한채 질식사 위험까지…"

  • 이란성 쌍둥이 최지은·보은 자매, 정신지체에 척추측만까지
    아버지마저 불의 사고로 숨져… 수천만원 수술비 꿈도 못꿔


    4월 22일 오전 10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란성 쌍둥이인 최지은·보은(18·경기도 화성) 자매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단지 느낌일 뿐이었다. 이들은 태어난 뒤 지금껏 단 한 번도 말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매는 1급 지적장애인으로, 태어난 지 15개월 이후 지금까지 눈으로만 세상과 대화를 나눠왔다. 보호자가 없이는 단 1분도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다.

    어머니 김인숙(43·가명)씨는 눈물조차 마른 듯 두 자매의 얼굴을 번갈아 쓰다듬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라는 말 한 번을 듣지 못했어요. 솔직히 내가 엄마인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태어날 당시 지은이와 보은이는 각각 3.6kg와 2.5kg으로 건강한 여느 아기들과 다를 바 없었다. 돌이 지나도록 건강하게 자라던 자매는 생후 15개월이 지나면서 이상증세를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경기를 일으켰다.

    김씨 부부는 "아기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위의 말만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는 잦아들었고, 경기인 줄로만 알았던 두 아이의 증상은 병원을 찾은 결과 간질로 판명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씨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됐다.

    "잦은 간질로 뇌손상이 심해져, 정신지체가 올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쌍둥이를 얻었다는 기쁨은 채 1년도 안 돼 김씨 부부의 가슴에 짙은 멍울로 내려앉게 됐다.

    김씨 부부의 시름은 특수학교에 입학해 조금씩 커가는 두 자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점차 사라져 가는 듯 했지만, 행복의 끈은 길지 않았다. 2002년 아버지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김씨 혼자 온전치 못한 딸 둘과 젖먹이 막내를 키우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두 딸을 보호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살뜰한 품에서 벗어난 두 딸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돼 갔다. 보호시설의 형식적인 보살핌 속에 두 딸의 위생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눈에 띄게 구부러진 허리였다. 척추측만증이 온 것이다.

    현재 지은이와 보은이의 허리는 70도 이상 꺾여 있는 상태다. 정신지체로 인해 굳어진 불안정한 자세가 원인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자매의 허리가 지금도 조금씩 휘어지고 있는 점이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척추측만증연구소 서승우 소장은 “지은이와 보은이의 경우 정신지체를 동반한 척추측만증 환자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 된다”면서 “현재 휘어진 척추로 인해 내부 장기가 압박을 받는 등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좌)휠체어 의지한 최지은,최보은양 (우)환아의 건강상태 설명하는 서승우 소장>

    상태가 심각해질 경우 폐 압박으로 인해 질식사의 위험까지 크다는 게 서소장의 말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수술을 한다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월 100여만 원 남짓한 김씨의 수입으로 2,000만원에 가까운 두 자매의 수술비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미안함이 너무 커요. 차라리 투정이라도 부리면 좋으련만….지은이랑 보은이가 수술을 받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건강해 질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남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때로는 투정도 부리는 평범한 쌍둥이 딸로 오래오래 곁에 머물려 줬으면 좋겠네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김씨는 지은·보은이의 손을 잡았다. 지은이와 보은이의 눈이 김씨의 얼굴을 향했다. 그렇게 세 모녀는 한참동안 서로를 응시하며 눈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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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이닷컴 김재범기자 kjb@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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