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빈 사연
  • "살려주세요" 여덟 살짜리 아들의 짠한 눈빛에 부모는…
  • 간질ㆍ정신지체 경빈군, 시도때도 없는 발작에 고통

    부모 “치료비만 벌써 1억 썼는데 100만원 월급으론…”

    10월 29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온몸이 심하게 뒤틀린 채 뜻 모를 괴성을 지르는 경빈이(8)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 모습이었다.

    서경빈군은 이름도 생소한 레녹스 가스토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쉽게 말해 간질 환자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발작과 선천성 호흡기 질환으로 하루하루 매 순간이 경빈이에게는 고통이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경빈이가 이 같은 고통을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앓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 박혜숙(38·경기도 시흥시 정왕1동)씨는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하다.

    "뱃속에서 씩씩하게만 자라는 줄만 알았어요. 발차기도 제법 센 게 크면 축구선수를 시키자고 남편과 얘기를 나눠왔는데…."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4㎏의 듬직한 체구로 세상의 빛을 본 경빈이. 하지만 태어난 다음날 폐에 문제가 있는 것이 발견돼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폐 질환의 일종인 '기흉'이 발견됐다.

    이후 경빈이는 기관지염 등 각종 폐질환으로 생후 백일까지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했다. 매일 심해지는 경기에 박씨 부부의 애간장은 타들어만 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당시 경빈이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백린 교수는 정밀검사를 권했다.

    박씨는 "경빈이가 조금 발달이 늦은 감이 있었죠. 돌이 가까워 오는데 혼자 목조차 가누지 못했으니까요. 크게 문제될 거란 생각은 안했어요, 근데 당시 의사 선생님이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검사를 하자고 하시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뇌파검사 결과 정신지체에 의해 전반적으로 발달 지연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경기도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뇌에 문제가 있다는 소견이 나온 것이다.

    은 교수는 "경빈이는 뇌에 문제가 있어 잦은 경기가 온 것이다. 경기라기보다는 발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면서 "지난해 10월 여러 정밀 검사 결과 레녹스 가스토우 증후군 진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빈이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비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2002년부터 복용한 간질약은 현재 약효를 최고치로 끌어 올려 복용 중이다. 물론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발작에 박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에 더욱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잠을 자다가도, 또 밥을 먹다가도 고개를 갑자기 젖히며 몸을 부르르 떨어요.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중에 발작이 와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이마가 찢어진 적도 있어요."

    경빈이는 정신지체아동의 특성상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입 밖으로 혀가 나온 상태에서 발작이 일어나 혀를 크게 다쳐 큰일을 치를 뻔했다.

    이제 겨우 여덟 살인 경빈이도 자신을 옥죄는 병마가 너무 고통스러운 탓일까. 최근에는 손을 물어뜯는 등 자해하는 습관마저 생겼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박씨는 고육지책으로 경빈이 오른손을 손수건으로 감쌌다.

    박씨는 "자기도 너무 고통스러운가 봐요. 발작이 일어나면 안아주는데 경빈이가 제 손을 꽉 잡거든요. 그게 '나 좀 살려줘'라며 제게 애원하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픕니다"라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경빈이 같은 중증 간질 환자의 경우 정상적인 식사는 불가능하며 철저한 식단 조절이 필수다. 발작이나 경련을 조절하는 체내 요소인 케톤체 생성을 위해서다.

    이 때문에 박씨 부부는 지난 9월부터 경빈이에게 케톤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케톤식이요법은 지방 성분이 80% 이상인 일종의 유제품으로, 난치성 간질 치료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케톤식이요법은 2년에서 3년 정도는 꾸준한 이어져야 최소한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먹는 것도 매일 병원에서 짜주는 식단으로 철저하게 조절해야만 효과가 있고요. 근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니 문제죠"라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 경빈이에게 들어가는 치료비와 식비 등을 포함하면 한 달 평균 80만∼90만원 정도. 기타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100여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박씨 부부는 지금까지 경빈이 치료를 위해 1억 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했다. 물론 이 돈은 현재 가족을 짓누르는 빚더미로 돌아왔다.

    그러나 경빈이네 수입은 경빈이 아버지가 병원 장례식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버는 100여만원이 전부다. 온 가족의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박씨는 "그냥 이대로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경빈이와 오래 오래 함께 살고 싶어요"라며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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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한국아이닷컴 김재범기자 kjb@hankooki.com

    사진: 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