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현 사연
  • 아들이 양동이에 피 쏟을 때마다… 애끊는 모정
  • 아들이 양동이에 피 쏟을 때마다… 애끊는 모정

    재생불량성빈혈․1형당뇨 동시에 앓는 강태현군

    100만명 중 5명 발병… 감기에만 걸려도 위험

    두 달 치료비만 1500만원인데 가정형편 안 돼

    “병 낳으면 맛있는 음식 원 없이 먹어봤으면…”



    키도 크고 얼굴도 미남형인 강태현(16)군은 지난 2월부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무균실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머물고 있다.


    병실 밖으로의 간단한 산책조차도 감염의 위험 때문에 절대 불가능하다. 출혈을 피해야 하기에 타박상을 입을 만한 행동이나 피부나 점막에 상처가 생기는 일도 주의해야 한다.


    겉으로 봐서는 표정도 밝고 건강해 보이는 태현이는 100만 명 중 5명 정도에 발병하는 중증 재생불량성빈혈과 1형 당뇨를 동시에 앓고 있다.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소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나치게 혈당수치가 높게 나왔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라'고 양호 선생님이 권유해 고려대 안산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았는데 혈당 수치가 400이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태현이는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1형 당뇨는 평생 동안 식사 관리, 혈당 검사,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하는 난치병이다. 태현이는 매일 스스로 혈당 검사를 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으며 질병을 모범적으로 관리해 왔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1형 당뇨라는 질환을 대견하게 이겨나가고 있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난치 질환 판정을 또 받고 말았다.


    올 1월부터 태현이는 인슐린 주사를 놓은 뒤 자주 멍이 생기고 쉽게 없어지질 않는 증상이 발생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때마침 안산공업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받아두고 있었지만 고대 병원 측에서 하루 빨리 입원해 검사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 골수 검사 결과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골수세포의 기능과 세포충실성(cellularity)이 감소하고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모두가 감소하는 범혈구 감소증(pancytopenia)이 나타나는 조혈 기능의 장애를 나타내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빈혈에 의한 무기력, 피곤감, 두통, 활동 시 호흡곤란 및 혈소판 감소증에 의한 반상출혈, 코피, 잇몸출혈 등이 있다. 호중구 감소증의 정도가 심하면 감염에 의한 고열이 주 증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진찰소견은 피부 및 안구결막의 창백함과 출혈소견(반상출혈, 점상출혈, 잇몸출혈) 등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의 첫 번째 치료법은 형제간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병원은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태현이 누나와 형을 상대로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를 실시해 조혈모세포이식 가능성 여부를 타진했지만 안타깝게도 누나와 형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병원은 현재 면역억제 요법으로 태현이를 치료하고 있다.


    희망샘 취재진이 고대 안암 병원을 찾은 지난달 27일 태현이는 2달여의 입원 생활 탓에 지쳐있을 법도 한데 오랜 병상 생활을 한 환자들 특유의 우울한 기운이나 힘든 내색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태현이가 입원한 이래 단 하루도 빠짐없이 간호를 하고 있는 어머니 박윤희씨도 힘겹게 투병 생활 중인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씩씩한 모습으로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박씨는 희망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형 당뇨만으로도 청소년기의 남자 아이가 견디기에는 너무 힘든 병인데 거기에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난치 질환이 추가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인슐린 주사를 팔과 다리 배에 번갈아 놓아야 하기 때문에 태현이 몸 여기저기에 바늘 자국이 수십 개가 있다. 어린 나이에도 인슐린 주사를 직접 놓아가며 우리 애가 질병 관리를 잘해오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재생불량성 빈혈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애끊는 속내를 드러냈다.


    박씨는 이어 "3월 중순께부터 면역조절요법이 시작됐다. 1주일 동안 계속 약물 투여를 했는데 항암치료와 비슷한 과정 같더라. 처음 약을 투여했을 때 감기몸살 앓듯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온몸이 욱신거리고 허리도 아프다고 했다. 약 투여가 다 끝나고 나니 갑자기 열이 나고 잇몸에서 출혈이 시작됐다. 잇몸이 다 헐어서 피를 계속 흘리더니 결국 각혈까지 하더라. 각혈이 너무 심해서 아이가 양동이를 붙잡고 피를 쏟아냈다. 입안이 온통 헐었으니 죽도 못 먹어서 결국 미음을 묽게 끓여 빨대로 겨우 먹였다"며 태현이의 증상이 가장 심각했던 때를 회상했다.


    태현이의 고통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입안이 온통 헐다 보니 이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는 증상이 시작된 후 안과에서 잘못하면 실명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게 됐다.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고 면역 조절 치료를 받은 지 두 달여가 되어가는 현재 태현이의 각혈 증상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하지만 조그만 충격을 받거나 감기에 걸려도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병실 밖 출입을 못하고 늘 무균병실의 침상 생활을 해야 한다.


    희망샘 취재진이 조심스럽게 태현이에게 투병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물으니 "열이 한참 심하게 났을 때 환청도 들리고 그랬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아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정말 꾹 참으며 지냈다. 태현이의 형과 누나의 HLA 검사 후 조혈모 세포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하루는 태현이가 '엄마, 유전성이라는데 내가 장가가서 낳은 아기도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해'라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더라. 어린 아이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박씨는 "아이들이 대견한 게 형과 누나는 태현이의 병원비를 보태겠다며 다니던 대학교도 휴학을 하고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을 주고 있다. 태현이도 어린 나이지만 엄마 앞에서 아픈 내색을 안 하려고 애쓴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소리도 몇 번을 질렀을 텐데 잘 견뎌주는 게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태현이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광철 교수는 "태현이는 현재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상당히 위험한 중증 질환이다. 뇌출혈이 오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질환으로 출혈이나 감염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형제의 조혈모 세포를 이식받는 것이지만 이 환자는 현재 형과 누나 모두와 HLA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면역억제 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치료 중인 면역억제 요법이 태현이에게 효과를 발휘할 지는 3~6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기에 현재는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약물 치료를 하며 경과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라며 "약물로 이 질환의 완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교과서적으로 볼 때 40~70%가량이다. 만일 이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다른 사람의 골수를 찾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현이가 두 달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한 병원비만 벌써 1,500만원 가량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백혈병이나 암과는 달리 비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10%밖에 안 된다.


    태현이의 아버지가 정수기 도색업에 종사하며 버는 월수입이 220만원이지만 이 금액은 5인 가족이 생활하는 비용으로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의 병원비와 누나, 형의 학자금 대출 등으로 태현이 부모는 꽤 많은 빚을 안고 있다.


    현재 치료 중인 면역요법이 제대로 듣지 않을 경우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수술비만 7,000만~8000만원이 필요하다. 또한 태현이는 앞으로 여러 차례의 골수 검사와 이식 수술을 거듭해야 하고 당뇨로 인해 평생 동안 인슐린을 투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고비가 앞에 놓여 있지만 태현이는 웃음을 잃지 않고 투병 생활 이전부터 즐겨왔던 그림을 그리며 차분히 병마와 싸우고 있다.


    병이 나아 퇴원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태현이는 "집 근처인 안산에 있는 뷔페에 가서 원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 친구들도 너무 만나고 싶다. 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처럼 수업도 받고 미술 시간에 그림도 신나게 그리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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